최근 방영 중인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가 교통범죄 수사라는 독특한 소재와 권선징악의 서사를 통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톱스타 중심의 마케팅이나 로맨스 요소 없이도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크래시’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본다.
시청률 상승세
2024년 6월 13일, 닐슨코리아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영된 ‘크래시’ 10회는 6.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ENA 드라마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최고 시청률 1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크래시’는 기존에 ENA 드라마 중 역대 2위 시청률을 기록한 ‘남남’의 최고 시청률 5.5%를 뛰어넘었다.
특히 ‘크래시’는 지난달 13일 tvN의 인기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방영 중인 상황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성과를 보였다.
다른 드라마와의 비교
현재 방영 중인 다른 평일 드라마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크래시’의 성공은 더욱 두드러진다. KBS 2TV의 월화드라마 ‘함부로 대해줘’는 최고 시청률 2.3%에 머물고 있으며, tvN의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은 최고 시청률 4.2%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6일 종영한 JTBC의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는 최고 시청률 2.0%에 그쳤다.
독특한 소재와 탄탄한 서사
‘크래시’는 운전대를 잡은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교통범죄수사팀(TCI)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민기, 곽선영, 허성태, 이호철, 문희 등 5명의 배우가 TCI 형사로 출연해 강력한 팀워크를 선보인다.
이 드라마는 배우의 매력을 앞세우거나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 요소를 배제하고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크래시’는 등장인물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거나 연인 사이가 되는 전형적인 드라마와 달리 교통범죄 수사라는 독창적인 소재를 충실히 다루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첫 사건으로 등장한 교통사고를 가장한 노인 연쇄 살인 사건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으며, 교통경찰의 자문과 여러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한 현실감 있는 각본이 인상적이다.
연출과 극의 전개
‘크래시’는 인기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1·2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모범택시’와 ‘크래시’는 현실감 있는 소재와 권선징악의 결말을 통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크래시’의 연출자가 ‘모범택시’를 연출한 감독인데, 성공 공식이 비슷하다”며 “현실에서는 제대로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사건을 드라마에서는 가상의 팀 또는 조직이 해결하며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설명했다.
액션과 캐릭터의 매력
‘크래시’는 차량 추격 액션 장면도 큰 볼거리 중 하나다. 첫 회에서 민소희(곽선영)가 범죄자를 쫓기 위해 차를 180도 회전시키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후반으로 갈수록 추격 액션의 비중이 커지며 긴장감을 더했다.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주인공의 성장도 호평받고 있다. 주인공 형사 차연호(이민기)는 젊은 시절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내어 사람을 숨지게 한 죄책감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인 차연호는 뛰어난 분석력으로 보험 사기범을 잡는 보험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특채로 형사가 되며, 자신이 일으킨 사고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민소희(곽선영)는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가진 형사로,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은 아픔을 딛고 TCI 팀을 이끄는 팀장 정채만(허성태) 등 개성 있는 인물들이 드라마의 매력을 더한다.
감초 배우들의 역할
경찰서장 구경모 역의 백현진, 민소희의 옛 연인이자 서울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팀장 이태주 역의 오의식 등 감초 배우들의 출연도 재미를 더한다. 특히 백현진은 특유의 능글맞은 코믹 연기로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며 긴장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악한 인물이 벌을 받는 것이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데, 지나치게 집중하면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며 “‘크래시’는 유머 코드가 있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에게 허구라는 것을 인식시켜 균형감을 더한다”고 평가했다.
결말과 기대
12부작으로 구성된 ‘크래시’는 이달 18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사건과 추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크래시’의 결말을 기다리며 그 동안의 에피소드에서 느낀 카타르시스를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크래시’는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교통범죄 수사라는 참신한 소재와 강력한 액션,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드라마가 종영을 앞두고 있는 지금, ‘크래시’가 남긴 여운은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에 남을 것이다.
ENA 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크래시’. 앞으로도 이런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서사를 갖춘 드라마들이 많이 나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기대한다.